
제가 믿고 있는 한가지 분명한 미래는 바로 화폐 가치의 절망적 하락입니다. 화폐는 사람들이 생산한 가치를 교환하는 매개체로서 사용됩니다. 금본위제와 같이 가치가 페그된 경우가 아니라면 국가라는 지급 보증 기관에서 숫자만 쓰면 생성되는 것이 화폐입니다. 화폐가 발행되면서 세상은 빚이 발생합니다. 중앙 은행에서 발행된 화폐는 시중 은행에 제공됩니다. 시중 은행은 들어온 화폐를 가지고, 대출을 발생시켜 수익을 만들어내고, 이렇게 이자를 갚습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의 화폐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간단한 표를 그려봅시다.
| 중앙 은행 | 시중 은행 | 국민 |
|---|---|---|
| 100 | 0 | 0 |
최초에 아무도 돈이 없는 세계를 생각해봅시다. 이제 막 중앙 은행에서 100원이 발행됐습니다. 중앙 은행은 이제 시중 은행에 이율 1%를 받고 100원을 빌려줍니다.
| 중앙 은행 | 시중 은행 | 국민 |
|---|---|---|
| 0 | 100 | 0 |
이제 중앙 은행은 돈이 없어졌네요. 시중 은행은 100이라는 돈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시중 은행은 절대로 원금과 이자를 모두 포함한 금액을 갚지는 못합니다. 원금 100원에 이자 1원. 총 101원이 필요하지만 전세계를 뒤져도 100원만 발행이 됐거든요. 그러나 상관이나 할까요? 이제 이것을 국민들에게 대출해주고 이자를 벌어봅시다.
| 중앙 은행 | 시중 은행 | 국민 |
|---|---|---|
| 0 | 0 | 100 |
국민들이 시중 은행에 모든 돈을 대출해 갔습니다. 이율은 3%로 말이죠. 국민들은 이제 이 돈으로 사업도 하고, 장사도 하고, 직장도 다닐 겁니다. 그리고 번 돈은 세금도 내야겠네요! 그렇다면 세금을 빼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 중앙 은행 | 시중 은행 | 국민 | 정부 |
|---|---|---|---|
| 0 | 0 | 95 | 5 |
세금을 5% 거두고 나니 국민들의 모든 돈의 합은 95원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은행에 돈은 상환 해야겠네요. 그런데 마찬가지로 상환할 돈은 없습니다. 오직 이자를 낼 여력만 있죠. 100원의 이자 3원을 내도록 합시다.
| 중앙 은행 | 시중 은행 | 국민 | 정부 |
|---|---|---|---|
| 0 | 3 | 92 | 5 |
그리고 시중 은행도 중앙 은행에게 이자를 지급합시다.
| 중앙 은행 | 시중 은행 | 국민 | 정부 |
|---|---|---|---|
| 1 | 2 | 92 | 5 |
그럼 이제 모두 행복할까요? 아뇨. 대출이 발생할 때마다 필요로 하는 화폐의 양은 늘어납니다. 중앙 은행에서 시중 은행에서 발생한 금액은 1원, 그리고 시중 은행에서 국민에게 발생한 이자는 3원. 총 104원이 필요하지만 애초에 100원을 만들어 냈으니 갚는게 불가능하죠.
만약 대출과 저금이 활발한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요? 시중 은행 사이에 제 2 금융권이 들어온다면 어떨까요? 또한 온갖 신용 카드 상품과 레버리지 상품들이 추가된다면 어떨까요? 발행한 화폐의 총량보다 몇 배는 큰 대출금이 시장에 발생하게 됩니다. 즉 이 모든 대출금이 사라지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하고, 비가역적으로 계속 늘어나게 됩니다.이런 상황에서 각각의 국민들은 자신들의 돈을 시장에서 거래하지 않고 저축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은행은 지급 준비금만 제외하고 대출을 또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결국 시장에서 움직일 수 있는 화폐는 0원으로 수렴합니다. 그런데 빚은 갚아야 합니다. 화폐가 돌아다니지 않는데 어떻게 빚을 갚죠?***이러한 상황은 자본주의가 시작되면서 계속해서 이뤄져 왔습니다. 2024년 1월 미국 연방 정부 부채는 34조 달러를 넘깁니다. 계속해서 화폐를 찍어내야 이 말도 안되는 릴레이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화폐를 찍어내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동일한 가치에 대해 더 많은 화폐를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은 인플레이션을 야기하고, 다른 표현으로는 화폐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걸 의미합니다. 모든 물품의 가격은 계속해서 오르고, 이에 따라 수익도 늘지 않으면 점차 가난해 진다고 볼 수 있죠. 문제는 시장 전체에 풀린 빚이 너무나도 많기에 화폐를 찍어내도 찍어내도 근본적으로 빚을 해결할 수는 없다는 점과 또한 사람들이 찍어낸 화폐를 소비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보관하기 시작한다면 순환을 만들지도 못할 것입니다.
만약 은행에 보관한다면 은행은 지급 준비금을 제외한 양을 자유롭게 대출을 발생시키겠지만 말이죠. 이처럼 무제한 발행의 시대가 처음 시작됐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원금과 이자를 갚으면서도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무한히 발생하는 대출과 유동성이 결국 자산의 화폐 가치나 주식 시장 등에 버블을 만들고, 버블로 만들어진 자산이 금융 시장 붕괴와 함께 무너지는 상황은 2~3년에 한 번 꼴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COVID-19은 극과 극이었는데, 현물 경제가 완전히 마비되니 국가들은 앞 다투어 유동성을 공급했고, 과도한 유동성은 역사상 유래 없는 화폐 가치 하락을 야기했습니다. 물론 화폐가 시장에 공급되니 활력을 띄고, 벼락 부자들이 나타나고, 몇몇 투자 상품들의 가격이 폭증하여 혜택을 본 이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불과 몇 년이 지난 현 시점이 되니 미래를 끌어다 축제를 벌인 댓가를 치루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국가들은 아주 끔찍한 홍역 같은 경제 위기를 이겨내야 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어쩌면 이 고통 속에서 근본적인 물음들을 사람들이 가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국가에서 무한대로 발행하는 화폐가 과연 가치가 있는가?" 라는 점이죠. 과연 가치가 있을까요?
한국처럼 먹고 살만한 국가에서는 마치 비트코인 광신자 취급을 받을만한 말일지 몰라도, 화폐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된 국가에서는 현실적인 질문이 됐습니다. 국가 경쟁력이 사실상 없거나 매우 낮은 국가들은 글로벌 유동성 공급에서 자신들의 자산 가치를 보호하고, 화폐 전쟁에서 살아남을 전략이 많지 않습니다. 한국의 나라 빚은 1000조원을 넘겼습니다. 2012년 부터 피치 기준으로 국가 신용도는 AA-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른 선진국보다는 빚의 비율이 적은 편이라지만 지난 5년간 400조의 빚을 만들어냈습니다.
출처: https://biz.sbs.co.kr/article/20000133991
은행 지표는 끔찍하고, 가계 대출은 최대 규모를 달리고 있습니다. 연체율도 엄청나죠. 거기에 미뤄둔 숙제인 암 덩어리 같은 부동산 PF 문제가 대기 중입니다. 한국은행은 눈치를 보느라 기준 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고 동결하면서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셀 코리아"가 발생하며 이제는 1400원 환율을 유지하는 것도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돌고 있죠.
솔직하게 이야기합시다. 세상은 모두 빚에 노예가 되고 있습니다. 모두가 채무자인데 이를 해결할 방법이 없습니다. 국가도 채무자입니다. 은행도 채무자입니다. 국가가 빚을 갚는 방법? 더 큰 화폐를 찍어내는 방법 뿐입니다. 국가가 더 큰 화폐를 찍는 순간, 화폐 가치가 희석되면서 그 피해는 모든 국민들에게 돌아옵니다. 화폐를 프린트해야하면서 동시에 너무 많은 화폐를 프린트 하면 안되는 숙제인거죠. 그런데 모두가 살려달라고 허덕이고 있습니다.그럼에도 미국이 금리를 올릴 수 있는 것은 미국은 강한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찍어내도 신뢰도가 크게 떨어지지도 않고, 찍히는대로 사람들이 안전 자산으로 사기 바쁩니다. 그러니 미국의 여러 경제 지표는 높은 금리에도 준수하고, 때로는 너무 좋은 지표가 나와서 더 금리를 올려야겠다고 하기도 합니다.

반면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들은 마실 물이 없고, 들이실 공기가 줄어든 것처럼 메말라 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가가 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일까요? 제가 택한 답은 한국을 벗어나 사업을 진행하는 것 뿐이었습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화폐가 풍부하고, 마실 물과 들이실 공기가 있는 국가와 거래하지 않고는 한국에서만 살아남는 게 어쩌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해야겠다고 결심한 필연적인 미래이기도 합니다.
저는 많은 자본금과 투자금이 들어올 사업에는 더이상 관심을 두지 않기로 했습니다. 애초에 그런 돈은 여러 단계와 절차를 밟아 들어올 뿐 아니라 그 역시도 큰 빚의 압박을 받고 있는 돈이기 때문이죠. 금융 시장은 욕망의 시장이라 그들은 어떻게든 자신들의 몫을 가져갈 겁니다. 저는 그들의 게임 논리에서 발생하는 모럴 헤저드에 혐오감을 느낍니다. IT를 하는 사람으로서 실체적인 도움이 되는 일을 해서 살아남아 볼 생각입니다. 조금 더 단순하고, 선명한 수익구조로 나의 기업을 지킬 수 있는 전략에 집중하고 있습니다.또한 이렇게 무한대로 발행하는 화폐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블록체인을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이 도박장이라고 부르곤 하는 사업이지만 비트코인을 처음 만들어간 이들과 이더리움 백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비전을 이해한 이들이 보는 세상은 분명 다를 것입니다.
욕망이 산업을 발전시키고 있으나 실체적인 가치를 창출하기 전까지 이 산업의 종사하는 이들은 때로는 비난을 들어야 하고 또는 뜻하지 않게 검은 손을 잡기도 할 겁니다. 또 많은 이들은 "무엇이 되던 좋으니 돈이나 벌자!" 하기도 합니다.어떤 이유에서든 모두 생존을 위해 슬픈 춤을 추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미 엎어진 물을 돌이킬 수는 없으니 빚의 굴레에 나 역시 잠식 당하지 않기 위해서. 나와 사랑하는 이들을 살리기 위해서 계속해서 도망치고,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짜는 것이죠.제 회사(널 엔터프라이즈)는 싱가폴에 만들어졌습니다. 글로벌로 나가 시장에 도전 해야만 하는 시간이 왔습니다. 큰 자본이 하늘에서 떨어진다면 좋아하겠지만 저는 그 길 뿐만 아니라 단단한 길을 가고 싶습니다. 이 세상은 끔찍한 가뭄을 겪는 것 같습니다. 저는 물을 찾아 멀리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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