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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러블 리뉴얼에 대한 고민

Han SanghoonHan Sanghoon·Seou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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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러블은 제가 작년 말에 만든 커뮤니티 사이트입니다.

한국 커뮤니티에서는 드문 방식인 뉴스피드 형태로 디자인을 구성하고, 이상형 월드컵에 대응하는 토너먼트와 1대 1 단두대 매치를 할 수 있는 쇼다운이 핵심 콘텐츠이죠.

거기에 가까운 사람들끼리만 소통할 수 있는 비밀 채널익명 게시판까지도 구현되어 있습니다.

어찌보면 커뮤니티에 필요한 기능들은 많이 만들어두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사람을 모으는 데에는 실패한 것 같습니다.


너러블에 대한 계획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공격적인 계획이 많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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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모으기 위해 상금 1000만원에 해당하는 보물찾기 이벤트를 진행(현재도 진행 중...)하기도 했으나, 저조한 참여율과 마땅한 홍보 방법의 부재. 그리고 생각보다 낮은 보물찾기 통과율이 문제였습니다. 보물찾기의 난이도는 높았던 것 같고, 거기서 얻는 만족감이나 재미는 훨씬 덜 했던 것 같습니다.

너러블이 이렇게 중간에 붕 뜨게 되면서 힘을 발휘하지 못한 이유는 전적으로 제 책임이 큽니다. 이유는 올해 초부터 있었던 여러 대형 프로젝트 제안들이 들어오면서 원래 너러블에 가지고 있던 비전이 상당히 흐릿해졌기 때문입니다. 저는 엣지 테크를 좋아하는 것보다 더 로우 테크를 좋아합니다.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신 시장과 새로운 비즈니스보다는 익숙하고, 편하고, 아는 맛이 나는 제품을 파는 것을 원하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너러블은 제게 있어서 익숙한 맛이 나는 집밥 같은 서비스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다만 너러블은 한계도 많았습니다.


제가 느끼는 몇가지 한계는 먼저 커뮤니티의 정체성에 대한 부분입니다. 너러블은 여러 콘텐츠가 올라올 수 있고, 여러 채널을 만들어 각자 독립적인 소통을 할 수 있는 구조다 보니 기본적으로 정체성이 선명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온라인 커뮤니티는 특정한 정치적 사상이나 사회 문화적 가치관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보니 우리가 알고 있는 한국의 대표 커뮤니티들의 정치 성향이나 어떤 콘텐츠가 주를 이루는지 모두들 인식하고 있습니다. 또한 주 사용자 층의 연령이나 성별, 심지어는 대략적인 사회적 위치까지도 추론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너러블은 정체성이 정해지지 않은 아직도 아기 상태의 서비스에 가깝습니다. 이것은 너러블을 만들 때부터 원한 부분이긴 합니다만 반대로 정체성이 없어서 생기는 문제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너러블의 정체성은 비밀 공간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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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미국 만화를 보면 그렇게도 부러웠던 것이 집 앞에 있는 나무 집이었습니다. 나무로 된 나만의 공간 속에서 만화 캐릭터들은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나만의 시간을 가지기도 합니다. 어른들의 눈에 들어오지 않는 나만의 공간 말입니다.

저는 그런 나만의 공간. 또는 내가 초대한 소수만의 공간을 만들고 싶었고, 그것이 너러블의 비밀 채널로 표현했습니다. 커뮤니티라는 공개된 장소에서 소수만 들어갈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는 것은 재밌는 발상이었습니다. 마치 백화점에 VIP 룸이 있는 것처럼 모두에게 허락된 공간과 나만을 위한 공간을 분리해서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너러블이 생각보다 잘 되지 않으면서 저는 근본적인 고민이 듭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모을 수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디씨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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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씨를 비롯한 한국의 대부분의 커뮤니티는 너러블과 같은 뉴스피드 형태의 UI가 아닌 게시판 형태를 사용합니다. 이러한 콘텐츠는 제목만 보이는 경우가 많고, 한 번에 많은 게시글을 스캔하면서, 원하는 제목만 클릭해서 들어가 보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디씨스러운 UI, 한국스러운 게시판으로 변경하는 것은 너러블에 대해서 한 편으로는 고민하게 만듭니다. 개발적으로 저희는 페이지 구조에 적합하지 않은 형태를 사용해 서비스가 구현되어 있기도 하고, 또한 이를 억지로 게시판처럼 변경하는 것은 모든 UI를 하나부터 열까지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처럼?

소셜 앱의 UI 패턴을 너러블이 사용 중이기 때문에 작동 방식도 더욱 소셜처럼 하는 것도 좋을지 모릅니다. 팔로우, 팔로워 기능을 넣고, 사람들의 개인 피드도 확인할 수 있도록 메인 알고리즘을 변경하는 것도 방법일 것입니다.

image출처: https://www.figma.com/community/file/1224670453820673059/twitter-timeline-ui-ux-design

팔로우를 제공하는 것은 고민하고 있으나 본질적인 해결책이 될까 두렵기도 합니다. 왜냐면 대부분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친목을 경계합니다. 이것이 소셜 서비스와 구분되는 특징이라 생각하는데, 어떤 유저가 커뮤니티에서 네임드 유저가 되는 것을 싫어하는 사용자도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함께 놀 수 있을 방법이 뭘까?

여전히 저는 커뮤니티의 본질은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팔로워 숫자가 늘어나고, 좋아요를 받는 것에서 재미를 느낍니다. 이런 분들은 인스타를 많이 하시겠죠. 반면 일반적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자신이 올린 게시글의 반응에서 재미를 얻는 콘텐츠 업로더가 있고, 콘텐츠를 소모하면서 즐기는 많은 컨슈머 역할의 사용자가 필요합니다. 어떤 구조로 만들면 재밌게 놀 수 있는 서비스가 될 수 있을지가 저에게는 가장 큰 고민입니다. 이를 위해 수반되는 방법론도 마찬가지로 고민인 것입니다. 어떤 변화는 재미의 총량을 늘리지 못하고 줄일 수도 있으니 말이죠.

변화가 필요한 시점

그런 면에서 저는 너러블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이트는 정체되어 있고, 게시글의 대부분은 몇몇 분들이 올려주시고 있지만 사실 댓글이나 좋아요가 생기지 않는 콘텐츠만 덩그러니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온전히 개선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하는건 아닐까 하는 고민도 듭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온전한 새 출발을 위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리셋까지도 불사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물론 그동안 올려주신 게시글과 가입된 정보들은 최대한 손상되지 않도록 하는 선에서 말이죠. 1000만원 상금의 보물찾기 프로젝트도 다시 설계해서 더 재밌게 진행하는게 모두를 위한 길일 것 같습니다.

쉼터 같은 공간

사람들은 모두 온라인 커뮤니티를 접하게 되는 경로가 다르지만 대부분 쉼을 위해서 옵니다. 비어있는 출퇴근 시간을 위해서든. 잠깐의 리프레시를 위해서든. 또는 나와 생각을 공유할 얼굴 모르는 누군가가 필요하기 때문에서든. 너러블은 어떤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지 본질적인 고민을 하게 됩니다. 아직 크게 잘되고 있지 않으니 오히려 새롭게 개선하기에 좋은 시점일지 모르겠습니다. 너러블이 즐겁고, 쉼이 될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 #너러블
  • #커뮤니티
  • #소셜
▩ END · posted · 2024-05-12 ·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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