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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각적 해악

Han SanghoonHan Sanghoon·Seoul·KR

AI 회사를 세운 시점부터 기존의 IT 기업이나 스타트업에 있던 시절과 완전히 다른 국면을 많이 보게 되는데, 그중 하나는 이 분야엔 공격적 사기꾼들이 더 많다는 점이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진 모르겠으나 MRR, ARR이라는 표현이 많이 쓰이는 시점이 왔다. 월간 반복 매출, 연간 반복 매출인데,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AI 기업을 하는 사기꾼들은 반복의 개념을 요단강에 버리고 온 것으로 보인다. 연간 반복 매출 계산에 실제 연간 반복 매출을 쓰는 곳은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월 매출 및 일회성 매출을 합쳐 그것을 12로 곱해서 계산하거나, 아예 대놓고 거짓말을 했다가 밝혀지는 Cluely 같은 경우도 있다. 2회 이상 반복이 발생한 적도 없는 매출을 반복 매출로 재정의하여 쓰는 것도 기만적이지만 더욱 기만적인 것은 그들이 주장하는 행태다.

나는 온갖 플랫폼에서 "I Built"로 시작하는 혼자서 뭔가를 만들었고, 그걸로 얼마의 매출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봐왔다. 그리고 그것을 맹목적으로 신뢰하지 않았다. 이유는 너무도 간단했는데 대부분의 주장이 실체적 근거가 거의 없는 한 사람의 주장이었다. 이러한 상태에 불을 지피는 행위는 바로 미디어다. 몇몇 미디어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사실에 대해 검증된 내용인 것처럼 송출해 거짓을 재생산하는 루프를 만든다. 이들 입장에서는 사실 진위 여부는 중요하지도 않다. 언론의 순기능을 스스로 거세한 돈에 영혼을 팔아넘긴 자들이나 할만한 짓이다.

그런데 더욱 재밌는 것은 돈 앞에 깐깐하다는 VC들도 그것에 속아 넘어간다는 것이다. 정확한 제품명을 언급하고 싶지 않으니 그들이 한 방법만 공유하자면 그들의 기만 전략은 다음과 같다.

  1. 매출, 가짜 매출, 일회성 매출 등을 다 끌어 모아 12개월로 곱하는 형태로 준 허위 데이터를 준비

  2. 이를 바탕으로 온라인에 바이럴이 될만한 글을 게시

  3. 이를 바탕으로 X에 자신의 글을 재 포스팅

  4. 이때 X에 미리 준비된 팔로워들과 최고 수준의 노출을 보장하는 최고 등급 계정을 이용

  5. 이를 바탕으로 유사 언론사들이 콘텐츠 재생산

  6. 이를 바탕으로 VC 컨텍

  7. 이를 바탕으로 투자금 유치

  8. 이를 바탕으로 다시 홍보

이 순서는 아직까지도 한국에서 종종 보이는 성공팔이와 매우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성공팔이들은 대부분 "스스로의 권위 세우기" 단계가 필연적으로 요구되는데, 이때 주로 사용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1. 수상 기록

  2. 베스트셀러 작가: 사실 자신이 매출의 대부분을 지불하여 만든 것이지만

  3. 좋은 집을 자가로 구매해 성공한 것처럼 포장(당연히 월세 또는 단기)

  4. 상품 판매 전 허위 리뷰 세팅

  5. 불만을 가진 리뷰는 환불 처리하고 리뷰 삭제

이들의 전략은 너무도 선명하다. 성공한 적은 없으나 성공한 적이 있는 것으로 연기해서 성공하는 방법을 판다. 이들에게 현혹된 사람들은 일종의 인지부조화에 걸리는데, "어쨌든 나한텐 도움이 됐으니 상관없다."는 방식으로 사기꾼을 옹호하는 이들이 양산되고, 반대로 분노한 사람들은 분노를 표출할 방법이 일반적으로는 리뷰지만, 이 리뷰를 모조리 삭제 및 다른 곳에서 리뷰를 하게 되면 소송이라는 강경책으로 압력을 가한다.

내가 이러한 제품들을 쭉 검토해 보면서 알게 된 공통적인 사실이 있는데, 바로 '폐쇄성'이다.

성공팔이들이 파는 상품들은 구매를 하기 전까지는 어떤 내용인지 알 방법이 없다. 마찬가지로 AI 기반 사기 제품을 파는 사람들도 해당 제품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숨겨져 있고, 그들의 매출이나 고객들의 리뷰만 공개하는 방식을 택한다. 그마저도 이것이 실제 리뷰인지 실제 매출인지 검증된 적은 '당연히' 없다.

매우 비상식적인 일인 셈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AWS를 예로 들어보자. AWS에는 수백 개의 제품이 있다 보니 이를 위해 가이드 문서, 고객센터, 사용법에 대한 영상 등 온갖 채널을 통해 설명하고, 각 페이지를 통해 SEO를 확보한다. 수천 개가 넘는 페이지가 각각 접근 가능한 형태로 구현되어 있어야 당연히 검색 측면이나 접근 측면이나 사용성 측면에서 매우 훌륭하지만 그렇지 못한 제품들은 왜 그럴까? 100% 사기이기 때문이다.

나는 정말 사업을 하면서 다른 사업자들을 좌절시키는 악질이 바로 이런 사기꾼들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들의 문제는 최선을 다하는 사업자들을 절망시키며, 시장 전체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다는 것에 있다. 그들이 파는 제품은 대다수가 사실상 쓰레기에 준한다. 특정 제품 이름을 언급할 순 없지만 1달 리텐션이 2%도 나오지 않는 제품이 허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메시지에 대해 사실 관계를 면밀히 따져보기보다는 보이는 수준의 정보만 보다 보니 "AI로 대박 났네." 하면서 이 산업에 대해 평가하고, 해당 제품을 구매해 써본 사람들은 "뭐야 좋다더니 고작 이 정도네" 하며 AI 산업 전체에 대한 신뢰도를 잃게 된다.

성공팔이들이 강의 시장의 신뢰도를 약화시킨 것과 완전히 동일하게 이젠 창업가들이 사기꾼 짓을 하여 이 시장의 신뢰도를 무너뜨리고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으나 그들은 대부분 한철 장사하듯 이 시장을 대하고 있다. 그들의 실제 고객이 누구일까? 고객들? 아니다. 그들에게 속아 넘어가 수십억을 투자한 바보 같은 VC들이다. 사실 어떤 형태의 제품에 대한 검증은 너무도 쉽다. 상식적인 제품이라면 많은 부분이 공개되어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사랑받았던 제품들을 보라. 그들이 회원 가입을 해야만 이게 어떤 제품인지 알려주는 방식으로 구현되어 있었나? 소개 페이지에는 제품에 대한 이야기는 쥐뿔도 없고, 만든 사람 설명만 있는 제품을 구매했었나? AWS에 제프 베조스의 자서전이 쓰여있고, 회원가입하고 결제를 해야만 무슨 서비스가 있는지 알려줬었나?

지긋지긋할 정도로 많은 사기꾼들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헛소문과 기자로서의 양심도 없는 언론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이 세계는 다각적으로 기만적이다. 다각적으로 해악이 가득하다. 사회의 신뢰자본을 갈아먹고 있는 이들에 대해 언제쯤 합당한 처벌이 이뤄질까? 나는 그다지 긍정적으로 보진 않는다.

▩ END · posted · 2026-06-16 ·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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