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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날개

Han SanghoonHan Sanghoon·Seoul·KR

이카루스는 태양에 가까이 가면 안된다는 것을 알았으나 높게 날았다. 깃을 붙인 밀납이 녹아 깃이 떨어져 나가고 나서야 그는 자신의 미래를 보았다. 자유로 향하는 날개를 얻었을 때 태양을 향해서도 바다를 향해서도 안됐다. 고도를 유지하며, 섬세하게 바람을 타지 않는다면 어디로든 날아갈 수 있을 것 같은 날개는 죽음으로 인도하는 날개가 된다.

만약 이카루스에게 날개가 없었다면, 자유를 추구하지도 않았더라면. 그는 바다에 빠져 죽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찬란한 태양을 볼 일도, 상공을 가르며 모든 속박을 벗어난 자유의 시원함도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이카루스의 이야기는 자유의 끝에 대해서도 말한다. 이카루스의 날개로는 영원한 비행을 보장하지 않는다. 영원한 비행은 없다. 그는 언젠가 땅에 상륙해야 한다. 거칠게 비행하다보면 깃이 떨어질 일이 생길 수 있다. 그러므로 자유의 날개는 그 자체로 무한한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아닌 멈춤을 생각해야 한다. 아이러니한 결말이 아닐 수 없다. 자유로운 사람이 생각해야 하는 것은 자유가 아닌 멈춤이다. 자유를 통제해야 하고, 허락된 자유만을 사용해야만 하고, 그 이상 선을 넘으면, 죽게 된다.

바다 위로 향하기 전에 날개를 신중하게 준비해야 한다. 바다 위에서는 날개를 고칠 여력이 없다. 한 번 절벽을 향해 뛰어내렸다면, 그때부터는 바람을 견디며 나아가는 길 말고는 아무런 대안은 없다. 가장 가까운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나아가는 것만이 유일하다. 바다에 떠내려가서도 살 수 있을 플랜 B를 생각하기에 바다는 너무도 거칠다. 배를 끌고 비행할 수는 없는 법.

나는 이카루스를 생각한다. 그가 아주 오랫동안 비행하며, 아주 멀리 나아갔을 모습을 상상한다. 그리고 그가 가진 날개가 더이상 쓸모없어지는 순간을 상상한다. 인간은 어딘가로 도망가고, 자유 속에서만 살아갈 필요는 없다. 어느 순간, 스스로의 자유보다도 소중한 정착지가 생긴다면, 책임이 생긴다면, 그때부터는 자유보다 소중한 가치를 위해 살 수 있다.

나의 싸움은 자유가 없는 자들을 위한 싸움이지만 동시에 나의 자유를 잃어가는 싸움이기도 하다. 나는 내가 자유롭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나의 자유는 내가 멈출 곳에서 사라져도 좋다. 그곳까지만 도착할 수 있다면 그때는 자유의 날개 따윈 전혀 필요가 없다.

▩ END · posted · 2026-09-01 ·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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