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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반복된다면 내가 문제이다

Han SanghoonHan Sanghoon·Seoul·KR

내 인생에서 문제는 무엇이 있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인생의 고점에 도착했을 때마다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들에 놓이곤 했다.

왜 포기할 수 밖에 없었을까. 잘못된 목적지를 향했기 때문이었다. 전력으로 살아온게 문제가 아니었다. 전력으로 살면서 도달한 곳이 내가 원했던 곳이 아니었기에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전력으로 도달한 목적지에는 내가 꿈꾸던 삶도 없었고, 내가 바라던 미래도 없었다. 동경하던 모든 일들의 실체를 볼 때 실체가 참으로 무상했다.

나는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내 나이 또래에서는 거의 경험하기 힘든 엄청난 사람들을 만나고, 비즈니스를 하며, 그들의 세상과 나의 세상이 뒤섞이는 경험을 하고 있다. 프로그래밍 강사로 살면서 동시에 개발자로 산다. 개발자로 살면서 회사의 대표로 살아간다. 허울 밖에 안 남은 한국의 빈 회사를 뒤로 하고 말이다. 여러 CTO 제안을 받기도 하지만 대표 자질이 없는 이들을 보면서 제안을 거절하기도 한다. 원하는 삶은 그곳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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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삶이 어디에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유튜버에 가까웠던 것 같다. 요즘 나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은 여러 주제로 깊은 대화를 할 때이다.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많은 것들에 대해서, 나도 모르는 것들에 대해서 배울 때, 들을 때, 행복감을 느낀다. 그러한 대화가 즐겁고 행복하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삶에 가장 가까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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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러 일들을 진행하면서 큰 돈이 들어올 기회가 있었다.(결과적으로 무산됐지만) 그 돈을 기다리며 나는 이사도 준비하고 있었다. 3월 ~ 4월을 지나며 서울의 멋진 집들을 둘러보았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부동산 중계 해주시는 분들에게 포르쉐를 타고 다니는 사람에게는 싼 집을 구할 이유가 없다고 보였던 것 같다. 덕분에 나는 들어올 돈이 문제 없이 들어와야 넘 볼 수 있는 비싼 집들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고, 그들의 삶이 어떠할지 살짝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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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의 평화로움을 동경한다. 부가 가져오는 아무 것도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을 동경한다. 우리 모두는 살아 남기 위해, 아니 숨 쉬는 데에도 사실상 비용을 지불한다. 에너지를 획득하기 위해 음식을 먹고, 음식을 사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 우리가 눈을 뜨건 감고 있던 살아있다는 것은 비용이 나가는 일이기 때문에 모든 시간이 곧 비용이다. 그러나 비용에서 자유롭게 여유를 부릴 수 있다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부라고 생각했다. 부를 위해 더이상 추격할 필요도 없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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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면에서 나는 잘못된 목적지를 향했고, 잘못된 쉼터를 골랐을 지 모른다. 모든 성공은 오랜 시간의 인내가 필요하다. 어쩌면 나는 너무 빨리 축배를 터뜨린 것이 문제 였을지 모른다. 사람들을 너무나도 믿었던 것이 문제 였을 수 있고, 믿음이라는 이유로 태만하게 보냈을 지도 모른다. 맞다. 믿음이라는 이유로 나는 여유를 부렸다. 쳇바퀴 같은 삶에서 벗어나 자꾸 쉬어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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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노력을 하면서 결실이 달리기 까지 견디지 못했던 것들도 있다. 내가 군시절부터 약 4년간 만든 '에어데스크'가 그런 제품이었다. 수천명의 고정 사용자가 있었으나 수익화를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동시에 여러 기술 부채는 쌓여갔다. 자생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었다. 신념을 가지고 만든 제품은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 기능들이 API 보안 문제를 이유로 사용이 불허됐다. 힘들여 만든 기능들이 무의미해졌다. 버는 돈도 없이 살아온 세월은 고통스러웠다.


어쩌면 내가 그렇게 살아왔기에 여러 회장님들이나 잔뼈가 굵은 대표님들이 나를 쉽게 대하지 못하는 것인지 모른다. 한 회장님은 나에게 "한대표는 고생을 엄청나게 많이 한 것 같다."라며 말을 꺼낸 적이 있다. 그가 어떻게 알아챈 것일까. 내 뒷조사를 해서 알아낸 것이 아니라면 내 모습에는 고난의 흔적이 씻을 수 없는 문신처럼 새겨진 것은 아닐까.

아픔을 느끼면서 나는 또 다른 성공을 향해 달리고 있다. 아이러니하다. 일평생을 애써오며 수많은 밤과 낮을 살아남기 위해 달려왔으나 나는 여전히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지고, 더 큰 짐이 하나 둘 늘어나기도 했다. 내 믿음이 야기한 결과는 멋진 미래였는가 아니면 어두운 미래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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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한 것은 내 인생은 이미 내가 기대했던 모습과는 하나도 일치하지 않은 모습으로 흘러가고 있다. 내가 꿈꾸던 나의 모습은 작게라도 제품을 만들어 고정적인 수익을 만들어내는 1인 창업가 정도였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사람들 앞에 나가 강연을 하거나 강의를 하는 정도를 생각했던게 고작이었다. 신이 도와준다면 회사가 성장해 사람들도 뽑고, 멋진 사무실에서 일하는 모습도 꿈꿨다. 하지만 이 모든 꿈들을 이뤘음에도 고통스러웠다. 너무도 고통스러웠다. 사람들의 시기와 질투와 헛소문들이 감싸고, 극단적인 이기주의자들이 뱉는 말들에 영혼이 찢기는 것 같았다.

나와 같은 인생을 살아본 적도 없고, 아주 쉬운 수준으로 살아온 어린 영혼들은 성장을 만들기보다는 불평 불만을 하기에 급급했다. 그들은 어디에 있을까. 그들은 좋은 조직에서 좋은 대접을 받고 있을까. 그들의 성품과 인성과 무관하게 나는 수년간의 경험을 겪으며 내가 가진 것과 잃은 것을 선명히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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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지게 된 것은 경험과 나라는 사람에 새겨진 기술과 지식들. 그리고 산전수전 같은 비즈니스의 풍파를 겪으며 견뎌온 힘 뿐이었다. 그리고 한가지 알게 된 것은 내가 짊어진 무게를 나보다 먼저 경험한 사업의 선배들은 더 큰 짐들도 견디며 살아왔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들이 세운 업적이 오롯이 그들의 공으로 만들어진 것은 절대 아니지만, 그 큰 업적을 위해서는 누군가가 때로는 인간으로서는 견디기 힘든 무게를 때로는 견디고, 인내하며 끝까지 나아갔다는 것을 알았다.

더이상 같은 문제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목적지에 원하는 것이 있던 없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을 추구하기로 했다. 바로 '생존'. 우습게 보일지 몰라도 나는 생존을 위해서 살지 않았다. 사는 것의 의미가 없었기에 목숨보다도 궁금했던 것이 언제나 '살아야 할 이유' 였다. 그렇기에 나는 어차피 끝날 삶에서 버킷리스트를 채워가는 것처럼 인생을 살았다. 그랬기에 더욱 극단적인 선택도 하면서, 평범하지 않은 길을 걸으며 살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삶 자체에서 많은 것들을 보게 된다. 살아야 할 이유가 없어도 그저 행복한 시간과 즐거운 이야기. 시원한 바람과 멋진 풍경.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 그런 모든 것들이 곧 이유이며 모든 것이었다. 나에게 있어서 목적지는 이제 선명하지 않다. 우스운 비전일지 몰라도 건강하게 생존하면서 아름다운 장소에서 가족을 꾸리고, 내가 원하는 시간을 보내며 세상에 가치를 제공해 보상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보다 좋은 삶이 무엇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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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둘러 보았던 멋진 집들에서 나는 팟캐스트와 같은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손님을 집에 초대해 음식도 차려 드리고, 한적하게 산책도 하고, 세상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럴 수 있다면... 거기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앞으로 몇 년이라도 필요하다면, 그 길이라면 가보고 싶다. 그리고 만약 내가 그 목적지에 도착했다면 그때는 그곳이 내 마음에 들던 아쉬운 부분이 있던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다. 소중하게 말이다.

  •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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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어데스크
  • #플렉스웹
▩ END · posted · 2024-05-13 ·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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