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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와 기회

Han SanghoonHan Sanghoon·Seoul·KR

image새 차 당하고 있는 애마

나는 차에 욕심이 없었다.

벤츠나 BMW, 페라리 모두 멋진 차지만 딱히 차에 대한 욕심도 필요성도 크지 않았다. 서울에 올라오기 전에는 아버지의 소나타를 같이 타곤 했었고, 군대에서는 화생방 차와 티코를 몰곤 했었다.(은근히 수동 티코를 풀 악셀로 밟아서 서행하는 것도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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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포르쉐에서 타이칸 모델이 나왔을 때 인생 처음으로 차에 욕심이 생겼다. 말도 안되는 속도와 조용함, 전기차의 아주 낮은 유지 비용, 환상적인 우주선 사운드까지. 인생을 다 합쳐도 타이칸보다 빠져드는 차를 본 적이 없었고, 나는 타이칸에 미쳐버렸다.


타이칸에 눈이 돌아가버리고 나서 나는 차 가격도 알아보고,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포르쉐 매장에 가서 신차를 계약하고 약 1년 6개월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1년 6개월이나 기다려야 한다니... 아무리 차가 좋다지만 1년 6개월은 너무도 길었다. 그러면 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알게 된 것은 중고차였다.

그러나 중고차 시장에 대해서는 내가 좋은 시선이 없었기에 포르쉐 인증 중고차 매장에서 매물을 알아보았다. 인증 매물은 가격은 상대적으로 비싸도 심각한 손상이나 말도 안되는 봉변을 당할 가능성이 훨씬 낮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내가 차를 구하던 당시에 타이칸은 한국에서도 몇 없는 모델이었기에 당연히 인증 중고 매물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있어도 서울이 아닌 먼 대구 같은 곳에 있었다. 그러던 중 나는 타이칸 매물은 없지만 인증 매장에 가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차를 둘러보니 타이칸보다 마음에 드는 차를 찾게 됐는데 바로 그 차가 내가 타던 718 카이맨 GTS 모델이다.

사실 2인승 스포츠 카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평생 2인승 차를 타본적도 없었기도 했고, 또한 얼마나 속도가 빠르고, 엔진음이 어떤지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매장에 가서 시동을 걸고, 엑셀을 밟아보니 이성을 잃었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짙은 검은색에 작은 차는 크기와는 다르게 거친 엔진음이 나왔고, 람보르기니처럼 심각하게 커서 귀가 아프지도 않았다. 기분 좋은 소리였고, 느껴보지 못했던 경험이었다.

나는 바로 차를 계약했다. 그리고 그날 오후부터 포르쉐를 몰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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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718 카이맨은 흔한 모델은 아니었기에 사람들이 궁금해하곤 했다. 왜 718이었는지에 대해서. 그때 충동적으로 718을 탄 것은 몇가지 이유가 있는데, 당시 매장에 검은색 스포츠카는 이것 뿐이었다. 그리고 함께 있던 911 모델은 카브리올레였는데, 나는 붉은 천을 위에 두른 소프트탑 스포츠카를 매력적이라고 그 당시에는 생각하지 않았다.(지금은 멋지다고 느낀다) 이제와서 한가지 아쉬운 것은 718은 2인승이고, 911은 2+2 시트이기 때문에 편의성에서 훨씬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때는 검은색 911이 매장에 없었는걸.


그 이후 포르쉐를 타면서 나는 그 전까지 경험하지 못한 여러 일들을 경험했다. 인생이 급속도로 바뀌었는데,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내가 그전까지 사업을 하면서 책도 출간하고, 온라인에서 강의도 하고, 대학에서 출강을 해도 사람들은 나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진 않았다. 그저 열심히 사는 한 사람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포르쉐를 타고 나서 부터는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 지는게 체감됐다. 그전까지 한 번 연락 없던 사람들이 내가 성공했다는 소식을 이곳 저곳에 전했다. 구구절절 설명할 것도 없이 "한대표 요즘 포르쉐 탄다던데" 라는 말로 모든 게 설명됐다. 고객을 만날 때도 포르쉐는 큰 역할을 했다. 사람들 눈에는 어린 나이에 대성한 사업가로 보였던 것 같다. 그래서 여러 회장님들이나 기업의 이사님들과 미팅이 그 이후 급속도로 늘어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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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내가 느낀 것은 사회적 지위를 표현하는 수단이 가진 힘을 깨달았다. 사람들은 언제나 사람들의 외면을 보고, 그가 무슨 옷을 입는지, 무슨 차를 타는지, 무슨 시계를 차는지 확인했다. 심지어 내 칼 같은 성격은 그들 눈에는 더 매력적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톰 브라운을 걸치고, 톰 포드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며, 포르쉐를 몰고, IT 기업을 운영하면서 이런저런 일들을 하는 젊은 대표. 심지어 롤렉스가 아닌 문워치를 차는 것도. 아마도 매력적으로 보였을 것 같다.

그러나 사실 이 모든 건 그저 욕망에서 시작된 것이기도 하고,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을 경험했던 기록에 불과하기도 했다. 나는 이제는 그런 겉치레에 큰 필요는 못 느끼고 있다. 포르쉐를 타지 않아도, 굳이 비싼 옷을 입고 다니지 않아도 내 주변 이들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됐고, 결국은 마케팅 수단으로 쇼잉이 필요한 날도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그런 면에서 사업하는 분들이 여력이 된다면 사치품을 경험해보는 건 좋다고 생각한다. 사치품은 전혀 필요없이 잘 사는 분들이 많겠지만, 세상의 시선은 분명 다르다. 분명히 다르고,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을 만나게 할 수 있고,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쥐어짜는 건 안될 것 같다. 내 경우야 차를 살 당시에 차값을 한 3달이면 버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고, 한 달에 500 정도는 원하는 걸 사도 되는 상황이었다. 그랬기에 여유가 있었던 것 같고, 여유 때문에 사람들에게 더욱 여유 넘치게 비즈니스를 했을지도 모른다.


시기에 맞는 사치는 어떤 면에서는 동질감이나 동경심을 만들 수 있는 것 같았다. 같은 세상을 살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서로가 서로에게 실력이나 재력이나 무언가를 증명하는 용도로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포르쉐의 경험은 나에게 유익했다. 이 경험은 당연히 경험하기 힘든 일이라 모두에게 권할 순 없겠지만, 완전히 새로운 세상은 분명하다. 그걸 경험하기 전과 후는 큰 차이가 있었다.

  • #포르쉐
  • #명품
  • #사업
▩ END · posted · 2024-05-13 ·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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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PGR21에 들리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