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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PGR21에 들리곤 한다

Han SanghoonHan Sanghoon·Seoul·KR

나는 가끔 PGR21에 들리곤 한다. 인생 첫 온라인 커뮤니티는 아니지만 가장 오랫동안 활동했고, 여전히 가끔씩 들어가 시간을 보내는 곳이기도 하다. PGR21에서 나는 '시드마이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닉네임을 쓴지도 벌써 꽤 됐다. 예전에는 보노보노와 관련된 닉네임도 사용했던 것 같다. 학창시절 때 말이다.

PGR21에 있는 재밌는 시스템 중 하나가 바로 추천 게시판이다. 일반적인 추천 게시판과 다르게 관리자 분들이 고르고 고른 좋은 글들이 올라가는 명예의 전당 같은 곳이다. 예전엔 에이스 게시판과 추천 게시판 둘 다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날 에이스 게시판은 사라졌다.

나는 PGR21에서 중학교 2학년쯤부터 활동을 했으니 약 20년이나 됐기에 이곳의 분위기나 연령대, 그리고 소통 방식을 잘 알고 있다. 나는 그 중에서도 솔직하게 에세이를 쓰기를 즐겨했다. 내 글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은 댓글도 달아주시지만 가끔 쪽지를 보내 감사의 인사를 보내주시기도 했다. 몇몇 분들은 오프라인에서 만난 적도 있다. 대부분 기업의 임원 또는 대표 분들이지만 당시에는 그런 배경 없이 순수하게 연락한 경우가 많았다.

감사하게도 오늘 PGR21에 들어가보니 쪽지도 와있고, 댓글도 달려있었다. 2년 전에 올린 글이 추천 게시판에 입성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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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게시판에서 가장 위에 있는 "전쟁 같은 공포"라는 글이 내 글이다.

사실 내 글은 PGR21 뿐만 아니라 여러 곳에 같은 글을 올려두는 편이라 브런치에도 올린 것들도 있고, 과거에 운영하던 블로그나 미디엄에 올린 것도 있다. 그러나 가장 많은 의견과 따뜻한 댓글은 PGR21이 많았다.

image'전쟁 같은 공포'의 일부분

그래서 나는 가끔 내 글의 댓글을 보곤 한다. 글을 보면 내가 글을 쓸 당시의 모습을 기억할 수 있고, 그리고 그 글을 쓰면서 느꼈던 감정과 소회 그리고 사람들의 반응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느껴진다. 감사하기도 하고 동시에 아련하기도 하다. '아련하다'라는 표현은 살면서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러나 가장 적합한 느낌인 것 같다. 기억의 흔적이 남아 있어 온기가 느껴지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멀어져가는 것이 느껴진다.

과거에 나는 기억 속에 흔적으로 남아 조금씩 멀어져가고, 현실의 나는 현실을 살아가며 하루하루 온갖 일들을 경험한다. 매일이 새로운 일상. 매일이 새로운 일들이 펼쳐진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내가 어떤 조직에서 주어진 테스크만 하며 살 수 없는 인간이라 그런 것 같다. 낮에는 개발자들과 소통하고, 미팅을 다닌다. 밤에는 팟캐스트를 찍거나 영상을 찍거나, 글을 쓰기도 한다. 수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수백가지의 대화들.

그러다보니 예전에 느꼈던 삶의 고통보다는 수많은 사람들이 내뿜는 에너지와 희망 그리고 삶의 이야기들이 나에게 큰 힘이 되어주곤 한다. 그들이 살아서 전달하는 모든 것들과 나와 함께 나누는 시간들이 모두 의미있는 셈이다. 기록에서 뿜어내는 빛은 잔잔한 향기처럼 펼쳐져나간다면 현재의 에너지는 강렬한 빛 같이 느껴진다.

나는 더 선명하게 내 사상과 생각, 신념들을 기록해 나가는 것 같다. 영상과 팟캐스트 그리고 이미 20년 간 써온 글까지. 심지어 개발자라는 직업은 코드를 남기는 직업이니 얼마나 많은 사료를 남기고 나는 세상을 떠나게 될까.

간만에 추천 게시판에 올라가니 감회가 새롭다. 2년 전의 글이 이제 추천 게시판에 올라가고 있으니, 2024년 글은 한 2026년쯤에 올라가려나. 한 번쯤 다시 PGR21에 글을 올려둬야겠다.

  • #PGR21
  • #기록
▩ END · posted · 2024-05-16 ·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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